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확산 야당 책임론'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원내지도부 회의 공개발언에서 "신천지 사태에 이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특정 교회의 반사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며 "전광훈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를 확산시킨 법적·도적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비판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미래통합당은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뭔내대표는 "이미 서울시가 방역 강화를 위해 8.15 집회 금지조치를 발표했음에도, 홍문표 의원 등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집회에 참석했고 통합당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지지자) 다수가 참석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 참석 금지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면서 "통합당은 방역을 위해 금지된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집회에 참가한 전현직 의원과 당원들에 대해 자발적인 자가격리 및 진단검사 받도록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홍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에 대한 통합당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아가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전 목사를 비호한 당내 인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전 목사를 두둔하며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 목사의 비상식적 선동과 국민 편가르기가 통합당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통합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전 목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전 목사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홍문표·김진태·민경욱 등 집회 참석 인사들뿐 아니라 "김기현·정진석 의원 등 집단감염 확산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비상식적 언행도 엄중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5일 광화문 집회(라는) 무분별한 행사에 코로나 재확산 위험 높아졌다"며 "보건 당국의 수 차례 자제 요청에도 강행됐고, 현장에는 '턱스크'나 마스크를 끼지 않고 고함을 지르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모습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의장 역시 "통합당은 당 차원의 참여는 아니지만 유력인사와 일부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며 "통합당 몇몇 정치인들의 행위는 명백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부의장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이 코로나 재확산 위험이 아주 높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참여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통합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고, 재발 방지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회의 석상에서 "이쯤 되면 통합당 일부 인사와 전 목사의 행위는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라며 "전 목사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집회를 열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고, (이에) 동조한 정치인들은 국민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킬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통합당은 전 목사와 보수단체 비판은 고사하고 '전광훈' 이름 석 자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며 "전 목사와 보수단체에 대한 명확한 선 긋기는 없고 어색한 거리두기만 유지하고 있다. 전 목사의 행태에 대한 통합당의 공식 입장이 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전 목사 등 도심 집회 주최·참가 측의 책임 추궁과 △통합당 일부 정치인들이 해당 집회에 참석한 것에 대한 비판 △통합당이 지지자들에게 집회 참여 자제 등을 적극적으로 당부하지 않은 데 대한 도의적 책임 주장 △전 목사 등의 '집회 참여 행위'가 아니라 '정부 비난 등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고 이에 동조한 의원들에 대해 통합당이 "엄중 조치"를 하라는 것 등이다.
앞의 두 가지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해도, 세 번째 주장과 관련해 통합당은 '당 차원의 행사가 아니었고 당에서는 극히 일부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참석한 것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네 번째와 관련해서는, 통합당이 야당인 이상 "집단감염 확산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이나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될 일인지 불분명한 면이 있다.
주호영 "광화문 집회 잘못"…김기현 "전광훈 부적절한 처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고(故) 김대중 대통령 11주기 추도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원내대표가 광복절 집회 관련 통합당의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하자 "뭐 때문에? (집회가) 야당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엉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도 "(여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해 보려고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그런 유치한 정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며 "(전 목사는) 스스로가 방역준칙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서울에서 지역 감염이 계속 늘어나서 어렵다. 그런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보건이나 국민방역,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그런 집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역 차원에서는 맞지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다만 자당 정치인의 '잘못된' 집회 참여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주 원내대표 본인도 실제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사람은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면서 "고민 중인데 나는 개인 자격으로 나가려 한다"고 했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들은 광화문 집회에 대해 두 가지 차원을 달리 봐야 한다고 본다"며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또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권에 반대하고 비판했다는 그 메시지는 달리 봐야 한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광화문 집회 잘됐다, 잘못됐다' 이렇게 볼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거기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코로나라는 아주 어려운 병에 감염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갔다는 그 엄중한 메시지를 최소한 민주당이나 청와대는 새겨 들어야 된다"며 "그런데 그런 아픈 것은 덮어놓고 방역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은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같은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가 당 차원에서는 참여를 얘기한 적 없다"며 "수도권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이는 예외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며 "한편으로는 광복절날 광화문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정부·여당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통합당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광훈 목사 그 분이 8.15 광복절 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 같다"며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까지 된 마당에, 그로 인해서 많은 감염자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그 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되는 것, 그 점에 대해 저희들이 부인하는 생각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 목사와 선을 긋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가지고 왜 통합당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느냐?"며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여당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방역 책임이 야당에게 어떻게 있느냐? 야당이 방역 지휘권이 있느냐, 예산 집행권이 있느냐?"며 "집회를 주최한 것은 통합당이 아니고 그냥 시민사회단체이다. 그 행사에 우리 당 전직 의원이나 현역의원 한 분이 참석했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야당이 무슨 방역 책임이 있는 것처럼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 코로나가 만연하고 있던 때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서울특별시장(葬)에 수만 명을 운집시켰던 것에 대해서는 왜 책임을 안 묻느냐"며 "그럴 것 같으면 박 전 시장 장례식에 참석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부터 책임을 물어라.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을 당장 책임을 물어서 구속시키라. 그게 올바른 것 아니겠느냐"며 그는 "참석한 사람에게 뭘 그렇게 덮어씌우려고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광복절 행사는 법원 허가를 받은 적법한 집회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있다. 대통령이 잘못해서 나라가 엉망이다, 경제가 폭망하고 있다, 부동산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국민들의 열화같은 성화를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 보고 지라고,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표현의 자유"라면서 "그 현장에 우리 당 의원 일부가 갔거나 전직 의원이 갔다고 해서 그것을 사과하라는 것도 웃기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아침 회의에서 집회의 '내용'을 문제삼은 것과는 별개로, 시민사회에서 통합당 정치인들의 집회 참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것은 '내용'이 아니라 방역 위험성 때문이었다. 주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김 의원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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